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전략적 상상력의 빈곤

미국이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명칭을 바꾸었다. 단순하게 명칭만 바꾼것만 아니다. 이번에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명칭을 바꾼 것은 본격화된 미중패권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을 미국-일본-호주-인도가 같이 힘을 합해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은 현실적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하려고 하는 전략은 미소냉전기의 봉쇄전략을 그대로 적용한 것 같다.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미소냉전기의 상황과 미중패권경쟁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냉전당시 자유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은 서로 경제적인 교역을 하지 않았다. 자유진영은 자유진영끼리 사회주의 진영을 사회주의 진영끼리만 교역을 했다. 미소 냉전기의 봉쇄전략은 군사적인 봉쇄이전에 경제적으로 서로 완벽하게 유리되어 있었다.

현재 중국은 경제적으로 전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그런점에서 미소냉전 당시의 상황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은 나토를 중심으로 소련을 군사적으로 봉쇄해서 냉전에서 승리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직 소련의 붕괴에 대한 성과는 제대로 확인하지못했지만, 소련은 미국의 군사적 봉쇄가 아닌 내부 모순의 누적으로 붕괴했다는 주장이 훨씬 일리있다. 소련의 누적된 관료제가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봉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유감스럽게 중국에 대한 경제적 봉쇄는 거의 성공하기 어렵다. 유럽은 중국과 경제관계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혔다. 독일이 미국이 요구하는 중국에 대한 군사적 대응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은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실제 독일이나 유럽이 미국이 요구하는 중국에 대한 군사적 대응에 참가한다하더라도 실제적인 행동은 내용이 없다. 유럽은 립서비스 차원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대중 군사대응에 긍적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제와 군사는 다른 것이니, 경제는 그대로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만일 미국이 유럽에게 중국과 경제관계를 단절하라고 한다면 그때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럽이 미국과 중국사이에서 등거리외교를 하는 것이다.

유럽이 미국과 한몸이 된다면 미중 패권경쟁은 황인종 대 백인종이라는 인종대결로 비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럽이 모든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미국과 같이움직일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 지 모르겠다. 그러다가는 유럽도 내부에서 부터 붕괴되는 수가 있다. 인민은 배고프면 살지 못한다. 역사는 지그재그를 그리면서 나아간다. 만일 전세계가 황인종과 백인종의 경쟁과 갈등에 함몰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아베퇴진이후 일본도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아베 후임인 스가는 미국과 중국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닥치고 미국을 주장하던 아베와 달리 중국과 일방적으로 적대적인 관계에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다. 결국 일본도 15억의 중국시장을 그냥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본이 이런 변화를 보이는 것은 미국이 추진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축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가정은 인도가 미국의 전략구상에 공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가정은 매우 터무니없는 것같다. 인도는 냉전당시에도 미국과 소련이 아닌 비동맹운동을 주도한 국가였다. 냉전시대에도 어느 한편을 들기를 거부했는데 지금의 미중패권 경쟁에서 어느 한편을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인도의 역사와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이 인도가 자신들의 편을 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도와 중국의 갈등관계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인도는 저력이 있는 국가다. 미국이 생각하는 것 처럼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러시아 혁명이후 레닌은 소련-중국-인도가 연합해서 서구자본주의 국가들에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사회주의 노선을 채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제국주의 국가의 침략에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어야 한다.

최근 인도와 중국이 국경문제로 충돌을 했다. 미국의 전략가들은 인도와 중국의 충돌이 자신들이 추구하던 인도-태평양 전략의 조건이 충족되는 것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단언컨데 인도는 미국이 생각하는 것 처럼 미중 패권경쟁에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다. 9월 11일 인도와 중국 외무장관이 모스크바에 서로 만나 최근의 충돌과 관련한 상황을 서둘러 봉합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미중패권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잘못 구상한 것이다. 경제적 봉쇄는 애시당초 가능하지 않다. 중국을 세계경제체제에서 제외한다면 전세계가 경제공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없는 자리를 미국이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도-태평양 사령부 창설도 상징되는 군사적 봉쇄도 효과적이지 않다.

결국 지금 미국은 전략적 상상력의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 미국의 전략을 좌지우지 하던 사람들은 유럽의 지적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네오콘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전략그룹들은 전략적 상상력이 부족하다. 지적 능력의 부족은 근육의 힘으로 대체하는 수 밖에 없다. 지금 미국이 우격다짐으로 중국을 내려누르려고 하는 것은 미국이 시대를 앞서가는 철학과 사상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현상은 현재 미국의 상황으로 보건데 지극히 당연하다. 모든 사고의 가능성이 자본의 힘에 압도당해 있는 미국에서 어떻게 시대를 앞서서 이끄는 철학이 발현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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